19 December 2010

네가 너무 반가웠는데 그저 무뚝뚝한 소리로 전화 받은 거 많이 미안해.

반가운 마음을 꺼내려는데 다른 마음이 그걸 막아.

누가 볼까 두리번거리고 누가 들을까 내 귀가 쫑긋 서는 이 현상. 나의 비겁함.

나의 오래된 무사함의 노하우이지만 지금은 이런 내가 싫어.


사실 내내 널 생각이었는데 안 놀랐을 리가 있겠어.

내내 네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나, 아니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.

아침부터 안절부절 못했는데 네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겁이 났어.

내 마음이 전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, 세상에 이런 순간이 있나 봐.

마음은 반가워 죽겠는데, 혀는 심술쟁이처럼 굳어져 목구멍에서 말줄임표들이 요동을 쳐.

갑자기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졌어.


내가 뜻하지 않은 이 치명적인 거짓말, 너에게 미안해.

이렇게 가짜 목소리와 가짜 표정과 가짜 마음을 내놓다니…. 이토록 깊이 출렁이는 심연을

이토록 감쪽같이 감추다니…. 미안해. 이 부끄러움은 내내 자신에 대한 사나운 침 뱉기.

자신을 향해 내지르는 욕지기. 그래서 영영 널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, 감정의 물타기인걸아.


나를 좋게 보지 마. 미안해. 나 많이 우스운걸. 이제 너에 대해 무슨 감정을

표현하는 일까지도 미안해져. 정말 미안해.

이 어수선한 침묵을 쓸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너에게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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